1. 투자를 받을수록 줄어드는 지분
회사가 성장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새 투자자에게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받으면,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지 않는 창업자의 지분율은 낮아진다. 이를 ‘지분 희석’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주식 한 주에는 의결권 하나가 붙는다. 따라서 지분율이 낮아지면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창업자에게 투자 유치는 사업을 키울 기회이면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할 힘이 약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복수의결권주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벤처기업은 창업주에게 한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2. 지분 20%로 의결권 71%를 갖는 방법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주식이 총 100주인 회사에서 창업주가 20주, 나머지 주주들이 80주를 보유한다고 해보자. 모두 한 주에 한 표라면 창업주의 의결권 비율도 20%다.
법정 요건과 절차를 갖춰 창업주의 20주가 한 주당 10표인 복수의결권주식이고, 나머지는 한 주당 한 표라고 가정하면 다음과 달라진다.
| 구분 | 보유 주식 | 한 주당 의결권 | 행사할 수 있는 표 |
|---|---|---|---|
| 창업주 | 20주 | 10개 | 200표 |
| 나머지 주주 | 80주 | 1개 | 80표 |
| 합계 | 100주 | — | 280표 |
창업주는 전체 280표 중 200표, 약 71.4%의 의결권을 갖는다.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지분율은 20%지만, 주주총회에서는 과반의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늘어나는 것은 의결권이다. 한 주에 10표가 붙는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배당도 10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3.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가 원한다고 자신의 주식에 표를 더 붙일 수는 없다. 벤처기업법은 투자 규모와 그에 따른 창업주의 지분 변동, 창업주의 자격 등에 요건을 두고 있다. 창업주가 회사 설립 당시 발기인이었는지, 발행 당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인지 등도 따진다.
다른 주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과 발행 결의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찬성이 있어야 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과반으로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발행한 뒤에도 영구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 존속기간: 정관으로 정하되 최대 10년이다.
- 상장한 경우: 상장일부터 3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 원래 존속기간이 먼저 끝나면 그 만료일 다음 날 전환된다.
- 양도·상속하거나 창업주가 이사직을 잃은 경우: 해당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된다.
창업주에게 부여한 권한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넘어가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 유지되는 것을 제한하는 구조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12
4. 모든 결정에서 10표를 행사할까
복수의결권주식이 있어도 안건에 따라 한 주에 한 표만 행사할 수 있다.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이익배당, 감사의 선임·해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을 바꾸는 정관 변경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13
앞의 예시에서도 이런 안건을 결의할 때 창업주의 표는 200표가 아닌 20표가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보수를 정하거나 특별한 권한의 존속기간을 바꾸는 데까지 늘어난 표를 그대로 쓸 수는 없는 셈이다.
복수의결권은 창업자가 지분 희석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할 여지를 준다. 반면 다른 주주 입장에서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도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제도를 평가할 때에는 창업자가 확보하는 표의 수와 함께, 그 권한이 언제까지 유지되고 어떤 결정에서 제한되는지도 봐야 한다.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와 잘못된 경영을 바꿀 가능성이 함께 걸려 있기 때문이다.